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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축구

Captain, Oh My Captain!

수원은 매 해 1년 임기의 주장을 뽑는다. 창단년도 김두함으로 시작되어 신성환, 정성훈, 신홍기, 박건하, 서정원, 김진우, 이병근, 최성용, 김남일, 이관우에 이르기까지. 11명의 주장중 2년 이상 주장직을 수행한 이는 수원의 황금기를 이끈 신홍기선수 뿐이다. (99~00)

2008년 1월. 수원은 선수단 투표를 통해 12대 주장을 선출하였다. 그 이름은 송종국. 누구나 다 아는 대스타다.

'주장' 송종국은 시즌 전부터 전과는 다른 모습을 여럿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꽤나 길었던 그의 머리는 주장이 되면서 짧아졌고, 언론에도 자주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송종국의 인터뷰는 자신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언론과 대화할때 꽤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선수의 자신감 찬 발언이었지만 솔직히 그리 믿음이 가진 않았었다. 수원의 전력은 베테랑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약해졌다는게 공통된 평가였으니 말이다.


시즌이 개막한지 어느덧 두달이 흐른 지금, 주장의 자신감 찬 발언은 성적으로 나타나있다. 수원천하(水原天下)의 원동력은 에두의 폭발력, 신영록, 박현범, 서동현, 조용태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 수비력, 조직력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이유들의 대부분은 한가지 이유로 귀결된다. 바로 주장의 리더쉽이다.


올 시즌 송종국의 모습은 유난히 활발하다. 그간 수원에서 보여준 활약에도 불구하고 기동력이 다소 처진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 나왔지만, 동계훈련을 모두 소화한 올 시즌의 그는 다르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선수들까지 끌어올리는, 팀 스피릿(Team Spirit)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리더쉽은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주고, 선수들을 격려하고, 팀 전술을 이끌어나가는…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송종국 본인의 플레이다. 그동안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송종국은 이번 동계훈련에서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그 결과는 향상된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올 시즌 모습은 신출귀몰(神出鬼沒). 공격에서 상대 수비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어느새 수비로 내려와서 상대에게 공을 뺏어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Perfect. 무결점(無缺點) 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수원은 컵대회 인천전이 끝난 현재 14경기 무패를 달리며 팀의 연속무패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5월의 남은 3경기(FA컵 포함)는 수원에게 큰 위기다. 그라운드에서 1인 이상의 역할을 하던 주장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다. 포지션 상으로도 그 자리를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을만한 선수가 없고(다행히 마토가 돌아오면서 이정수가 메워주고는 있지만) 그만한 리더쉽으로 팀을 이끌 선수도 없어보인다. 이 점은 김대의나 이관우, 곽희주에게 기대를 해봐야겠지만 김대의나 이관우는 최근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상으로 인한 위기의 결정타가 된 송종국주장의 결장. 그러나 필드에서 뛰지 않아도 그의 영향력이 푸른 전사들을 지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종국에 대해 두번째로 쓰는 글이다. 처음 그에 대해 얘기한건 2006년 전반기, 그가 많은 비난을 받을 때였다. 당시 그를 감싸주며 믿어보자. 라고 했었던 기억 역시 난다.


내가 아는 수원의 송종국은 자신이 던진 말은 철석 같이 지키는 사나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2006월드컵대표로 뽑혔을때 그는 수원팬들에게 '사실 동계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고, 경기를 뛰면서도 수원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었다. 그럼에도 차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주셔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일단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고, 월드컵 통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팀에 돌아와서는 수원의 후기리그 대반격에 펼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는 말을 했었고, 후반기에 그 약속을 지켰었다.

올 초 그가 우리에게 한 약속,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99년 신홍기주장이 그랬던 것처럼, 팀의 우승을 이끌고- 내년에도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을 송주장의 모습을 감히 상상해본다.

Captain, Oh My Captain! 올 시즌 송종국에게 던지고 싶은 짧은 외침, 하지만 그 짧은 말 속에는 우리의 희망과 소원이 담겨있고, 주장의 약속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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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토 다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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